원주 민족경제 수탈의 현장 구)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
업무관계로 원주로 출장을 갑니다. 목적지의 바로 앞의 건물이 다른 건물과는 달리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바로 들어옵니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원주의 근현대문화유산중의 하나인 구)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 건물입니다. 지금은 Standard Chartered은행 건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정이 회의라 카메라를 차에 두고왔는데 휴식시간에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쉬는 시간동안 근현대문화유산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에 담아둡니다.
조선식산은행 원주지점이었던 이 건물은 1934년에 지어졌다고 하며, 원주에 맨처음 생긴 은행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은 강원 감영 동쪽편에 위치한 원주 구도심 중심부로 지금은 상업지역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상가중간에는 차량의 진출입이 불가능하고 이 길 양쪽편으로 일방통행도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좌우대칭 외관을 이루며 상하로 긴 창문을 반복 배치하여 수직성을 강조하였고, 외벽은 인조석 질감의 모르타르로 마감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의 전형적인 은행 건축의 특성을 보이는 건물로 당시의 건축 기법가 건축 양식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자료라고 합니다. 2005년 4월 15일 문화재 제164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골목길 옆으로 들어가 봅니다. 앞에서 보이는 건물 뒷편으로 부속건물 같은 것이 뒷쪽으로 몇개가 함께 붙어 있습니다.
조선식산은행과 관련한 공부를 좀 해 보면 일제(조선총독부)의 산업 정책을 금융측면에서 뒷받침했던 핵심 기관중의 하나이며, 1918년 10월에 대한제국 말기에 설립된 한성농공은행 등 농공은행 6개를 합병해 설립되었으며, 일본 제국의 식민지 경제지배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중요한 축이 되었다고 합니다.
1920년부터 1934년 까지 실시된 산미증식계획에서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역활을 했으며, 중일 전쟁 이후로는 약8년 동안의 전시 체제 속에서 채권 발행과 강제 저축을 통해 조선의 자금을 흡수하여 일본 정부와 전쟁 수행을 위한 군수산업 부분에 이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태평양 종전 후에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었고 한국신산은행은 1954년에 한국산업은행에 합병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조선식산은행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경제 수탈 도구로 삼았던 것입니다. 조선식산은행은 한국의 경제를 독점 착취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대부와 토지 약탈과정에서 민중의 원성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 뒷편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보기에는 엉뚱한 굴뚝이 하나 있습니다.
이 건물은 2012년 원주시에서 매입을 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근현대문화역사관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하는데 2013년 9월까지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창틀 역시 예전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벽체는 페인트를 발라놨으나 은행 건물답지 않게 떨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대리석 분위기를 내려고 시멘트 모르타르공법을 사용한 건물이라 하니 페인트를 벗겨내면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을 드나들면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고통과 고난을 받았고 절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1년에 찍은 사진을 보면 SC제일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가 함께 있지만 지금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공식명칭입니다. 그런데 조선식산은행은 변경과정을 보면 1950년 한국저축은행, 1958년 제일은행으로 개명하였습니다. 그러다가 IMF 시기인 1999년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제일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국민세금)은 17조원이었으며,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한 금액은 500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공적자금의 1/30에 불과한 헐값으로 단순 투자회사에 매각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합니다. 2005년 뉴브리지캐피탈은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 1조 1천억원에 매각했으며, 이 일은 이후로도 대표적인 먹튀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합니다. 2011년까지 제일은행이라는 명칭을 달고 영업을 하다가 2011년 12월 사명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은행명을 변경합니다.
조선식산은행건물이었던 이곳을 빠른시간내에 원주시에서 매입하여 근현대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단재 신재호 선생의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라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이것은 노예정신이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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